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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오토파일럿 사망사고와 그 시사점

Enkkidu 2023. 1. 1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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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29일 오후 2시경, 일본 도쿄 인근의 토메이 고속도로에서 한 운전자가 테슬라 모델X를 운전하며 고속도로의 가장 오른쪽 차선을 따라 달리고 있었다.

 

그 운전자는 테슬라 차량의 오토파일럿시스템을 켜놓고 30분 가량을 이 기능에 의존해서 달리고 있었는데, 양손을 운전대에 올려놓은 상황이었지만, 점점 졸음이 밀려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 후, 모델X의 바로 앞에서 달리고 있던 차량이 왼쪽으로 차선을 바꾸자, 모델X는 갑자기 시속 15킬로미터에서 시속 38킬로미터로 가속하였고, 차선을 바꾼 선행차량 앞 길가에 정차되어 있던 밴 한대와 오토바이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요시히로 우메다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운전대에 손을 올려놓은 것 이외에는 아무런 실질적인 조작이나 행위를 하지 않았고, 모델X 차량의 모든 조작은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 사고로 모델X가 들이받은 우메다씨는 현장에서 사망하였는데, 이는 테슬라 오토파일럿과 관련하여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가 사망한 첫번째 사례로 기록되었다.

 

우메다씨의 유족은 20204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테슬라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원고 측 변호사는 소장에서 테슬라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이 사고는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술의 자체적인 결함에 의한 것이다.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주행 중에 운전자가 운전대를 손으로 잡고 있는지를 감지하기 위해 운전자가 운전대를 조작하여 운전대에 일정한 힘(torque)을 가하는지를 추적하도록 하는데, 이 사고에서 운전자가 졸기 시작했음에도 모니터링 시스템은 아무런 경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테슬라는 이러한 위험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눈동자나 머리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보다 우수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거부하여 왔다.

 

둘째, 테슬라 모델X의 전방에 있던 차량이 차선을 바꾸었을 때,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전방에 서 있던 밴, 오토바이와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했고, 긴급 제동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운전 중에 흔히 마주치게 되는 상황이나, 테슬라의 소프트웨어는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셋째, 테슬라의 시스템은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결함이 있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품이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는 현실세계에서 차량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식과 달리, LIDAR와 같은 에러율이 제로에 가까운 대안적인 방식이 표준이 되어야 한다.

 

위 소송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시스템과 관련하여 보행자가 사망한 첫번째 사건이라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원고 측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들 및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첫번째로, 사건이 벌어진 장소도 일본이고,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일본인인 위 사건에 대해,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이 관할을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만일 이 소송이 위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 진다면, 우리나라의 소비자들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의 결함과 관련한 소송에서 미국 법원에서 테슬라 본사를 상대방으로 다툴 수 있는 유력한 선례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위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위 사건의 보다 적절한 관할은 캘리포니아가 아닌 일본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원고측이 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일본에서 제기하는 경우보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으로 보다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데, 증거조사 등 절차적인 편리성을 고려할 때 일본이 보다 적합한 관할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원고들에게는 위 관할과 관련한 다툼이 첫번째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로,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어느 정도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원고는 소장에서 테슬라가 운전자의 눈동자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시스템을 갖춰서 졸고 있는 운전자를 감지하였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라면 어느 정도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까?

 

지금 현재 테슬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오토파일럿 시스템은 마치 자율주행 시스템처럼 오해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율주행 2단계의 운전자 지원기능 수준으로 주행 중 운전자의 전방 주시 및 제어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20201월 세계 최초로 테슬라 오토파일럿보다 높은 수준의, 레벨3 부분 자율주행차에 관한 안전기준을 도입하였는데, 여기에서는 부분 자율주행시스템의 운전자 모니터링 수준과 관련하여 운전자가 다음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활동을 하면 운전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첫째, 이전 30초 동안 운전자가 자동차제어장치를 조작한 경우, 둘째, 이전 35초 동안 운전자가 의도적으로 머리 또는 몸을 움직인 경우, 셋째, 이전 4초 동안 운전자가 연속적으로 눈을 감지 않은 경우.

 

, 레벨3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는 경우 운전자가 머리나 몸을 움직이는지 여부, 눈을 감는지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채택하여야 하는 셈이다. 만일 테슬라가 현재의 수준을 넘는 레벨3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위와 같은 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하여야 하겠지만, 운전자의 지속적인 주의가 요구되는 현재의 수준에서 위와 같은 시스템의 도입이 반드시 요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고성능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통한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 시스템과 LIDAR 등의 대안적인 시스템 중 어느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테슬라는 비싼 가격 및 자동차의 외관을 망친다는 이유로 LIDAR를 채택하지 않고,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센서 등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성능의 ECU(Electronic Control Unit)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LIDAR를 능가할 수 있다고 주장하여 왔는데, 이 소송에서 본안에 대한 검토까지 이루어진다면, 원고는 테슬라의 현재 시스템이 아니라 LIDAR 등의 대안적인 시스템을 채택하였다면 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테슬라를 비롯하여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은 첨단의 운전자 지원기능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고, 그 기술의 발전은 곧 현재의 레벨2를 넘어 레벨3, 4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이와 관련한 사고와 법률적 분쟁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최초의 오토파일럿 관련 보행자 사망사고인 이 사건에서의 여러 쟁점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에 우리가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다.

 

 

*2020년 7월 월간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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