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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오토파일럿 사망사고와 그 시사점 II

Enkkidu 2023. 1. 1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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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7테슬라 오토파일럿 사망사고와 그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그 때 일본에서 발생한 최초의 오토파일럿 관련 보행자 사망사고로 인해 피해자인 우메다씨의 유족들이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의 쟁점들에 대해 다루었는데, 2020923일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20184월 일본의 한 고속도로 오른쪽 끝 차선에서 오토파일럿으로 주행하던 모델X가 선행차량이 왼쪽으로 차선을 바꾸자 그대로 가속, 선행차량 앞에 정차되어 있던 차량 및 오토바이와 보행자를 충격하여 보행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사망한 보행자인 우메다씨의 유족들은 2020428일 일본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테슬라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이 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사는 이 사건은 테슬라 오토파일럿 기술의 자체적인 결함에 의한 것으로, 테슬라는 현재 채택하고 있는 운전대 조작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 이외에 눈동자나 머리 움직임을 감지하는 보다 우수한 시스템을 채택하였어야 했고,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는 불완전한 방식 대신 LIDAR와 같은 보다 에러율이 낮은 방식을 채택하여야 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원고들이 일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하여 이러한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향후 한국에서 유사한 소송이 발생하였을 때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는 유력한 선례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소송이 인정되는 경우 피해자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인해 거액의 손해배상이 가능해 지기 때문에, 이 소송의 진행 경과에 대해 자연스럽게 많은 관심들이 쏠렸다.

 

이 소송에서 테슬라 측 변호사는 불편한 관할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에 따라 이 소송이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불편한 관할의 원칙(forum non conveniens)”이란 소송이 제기된 법원보다 재판을 진행하기에 보다 편리한 외국 관할 법원이 있을 때 현재 소송이 제기된 법원이 정당하게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 주로 소송에서 재판을 하기에 보다 적절한 해외의 관할 법원이 있을 때 피고 측의 항변으로 주장된다.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이 사건에서 테슬라 본사의 위치, 관련 증거의 위치, 그리고 제조물책임 법리 등을 고려할 때 북캘리포니아에서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관할 선택에 관한 주장도 적법한 이유가 있으나, 사건이 일본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소송이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경우 테슬라가 책임 및 손해배상을 방어하기 위해 핵심적인 증거들을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위 소송을 각하하였다.

 

원고들도 이 소송에서 일본이 적절한 대체 관할이라는 점을 인정하였는데,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원고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테슬라가 보유하고 있는 관련 증거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각하 결정에 부가하였다:

 

1.     테슬라는 본건 사건에 관한 일본에서의 소송 절차에 관한 송달을 수령할 것

2.     일본에서의 판결은 일본, 캘리포니아 기타 테슬라의 자산이 있는 미국 내 어느 곳에서도 집행가능함

3.     본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시효도 정지되었으며, 테슬라는 이 결정 후 5년간 일본 관할에서 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할 것

4.     테슬라는 테슬라 차량의 디자인과 관련한 영업비밀이나 독점 정보와 관련한 비밀정보에 관한 보전명령에 따라, 증언이나 재판을 위한 증인이나 문서와 관련하여 원고와 합리적으로 협력할 것

5.     원고들은 테슬라에 대해 연방민사소송법상 증인조서절차(deposition)를 이용할 수 있음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은 결국 일본이 보다 적절한 관할이라는 이유로 이 소송을 각하하면서도, 테슬라가 일본에서의 소송을 회피하려 하거나, 시간을 끌면서 시효 완성을 주장하려 하거나, 원고들의 증거 확보 절차에 협조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판결을 받은 후 이 판결을 미국에서 집행할 수 없다고 주장할 여러 가능성을 감안하여 그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고 이 사건에서의 원고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보다 쉽게 제기하고 주장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을 부가함으로써, 비교적 균형 잡힌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발생한 오토파일럿 사망사고에 대해 미국에서의 소송 진행을 막음으로써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폭발적으로 팔리고 있는 테슬라 차량과 관련한 사고에서 미국에서 소송이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었다는 측면에서, 이 판결을 통해 사실상 테슬라와 미국 전기차 사업을 보호하는 결과가 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원고들로서도 아무리 증거보전이나 증인조서절차 등을 통해 테슬라에 대한 증거확보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테슬라 측의 결함을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기까지는 험난한 절차적 어려움들이 예상되고, 그러한 어려움들을 모두 극복하였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나 일본에서와 같이 일반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는 법제에서는 손해배상의 범위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원고들이 그와 같은 어려움들을 모두 감내하면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할 유인이 아무래도 부족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만일 이와 관련하여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집단소송이 제기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여러 사람들의 소송가액이 합산되어 거액의 손해배상이 예상되는 최악의 경우 테슬라로서는 해당 국가에 있는 자회사 등을 청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북캘리포니아 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소비자 보호의 측면에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보여주듯이 전세계적으로 팔리는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이슈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관할의 문제와, 차량의 결함을 기술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증거 확보의 문제는 항상 제기될 수 밖에 없으므로,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전기차 업체들도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고, 아울러 우리나라의 법원 및 변호사들도 미국에서의 증거보전, 증언조서 절차를 통해 확보될 증거들을 국내에서의 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준비를 충분히 갖추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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