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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희의 디사이퍼] 위믹스 사태와 자율규제의 이데아

Enkkidu 2023. 1.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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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사이퍼(Decipher): 난해한 문장의 뜻을 판독하다. 암호를 해독하다.

위믹스는 유명 게임회사 위메이드에서 만든, P2E(Play to Earn) 게임에 사용되는 암호화폐다. P2E란 게임을 하면 게이머에게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는 모델인데, 지난해 베트남 게임회사에서 개발한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가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P2E 게임은 블록체인을 게임에 접목하려는 모든 회사들의 거대한 트렌드가 됐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는 일반적인 게임 유저들 뿐만 아니라 위메이드의 주식투자자들에게도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 후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대량으로 매도해서 이를 M&A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대부분 위믹스 투자자들은 여전히 위메이드의 비전을 신뢰하며 위믹스 투자를 유지해 왔다.

그러던 중 올해 10월 27일, 업비트, 코빗, 코인원 및 코빗 등 4대 거래소는 위믹스의 유통량 정보에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위믹스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메이드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11월 24일 업비트를 포함한 5대 거래소가 속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이하 "DAXA")는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 예정을 결정했다.

물론 위메이드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즉시 상장폐지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가상자산의 유통량은 중요한 정보이고 이와 관련한 위메이드의 조치가 거래소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만큼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며 결국 이를 기각했다.

이 가처분 기각 결정이 과연 온당한 것이었을까? 흥미로운 주제지만, 이는 이 칼럼의 주제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위메이드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거래소들이 합의를 통해 공동으로 상장폐지결정을 내린 것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불공정거래행위이자 담합이라는 주장을 한 것에 눈길이 갔다.

아직 디지털자산업에 관한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DAXA는 아직 아무런 법률적 실체가 없는 거래소들의 협의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의체의 결정이 아무런 법률의 뒷받침을 받지 못할 경우, 그 결정은 언제든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위 사례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17개에 달하는 디지털자산업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돼 있고, 그 대부분의 법률들은 가상자산사업자들의 자율규제 설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어떤 법률은 일정 요건 하에 협회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어떤 법률은 마치 일본의 가상통화협회의 사례와 유사하게 법정 협회를 설립하게 하고 금융위원회가 일정한 감독 권한을 협회에 위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어떤 법률은, 금융위원회 내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새로 설립해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담당하게끔 규정하고 있다. 과연 어떤 방식의 규제 설계가 가장 바람직할까?

현재와 같이 기술적 발전이 다양하게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는 정부의 고권적 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이상적 대안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율규제는, 그 안의 ‘자율’이 강조되면 될수록 규제로서의 효과가 떨어지고, ‘규제’가 강조될수록 ‘자율’이 무의미해지는 딜레마를 스스로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직시하고, 발생 가능한 이해충돌상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며, 법률의 범위와 통제 하에 자율적으로 필요한 규율을 스스로 만들어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자율규제. 어쩌면 이런 자율규제의 이데아적인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디지털자산업 뿐만 아니라 모든 기술 관련 법률 분야에서 지금 현재 가장 필요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 변호사 jhcho@dcodelaw.com
법무법인 세종 등에서 기업, 부동산 자문과 거래를 18년간 담당했다. 여러 IT기업들과 스타트업을 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테크놀러지법 분야를 개척해온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디코드(D.CODE)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원문링크]

https://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12/28/20221228014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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